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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나의 조국

어쩐 일인지 새벽부터 잠이 깨 뒤척거리다가 어제의 촛불은 어땠나 궁금해져 와이티엔을 틀었다. 한창의 뉴스시간은 지난 다음이어서 헬렌켈러가 사망했던 날이고 뭐 어쩌고 저쩌고 같은 내 안중에는 없는 말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샤워를 하고 나와 기초를 바르면서 다시 본 그 때. 봤다. 봐버렸다.


가슴이 먹먹하고 눈물이 왈칵 쏟아져내렸다. 그래, 내가 중고등학생들 정학처분 한다고 입을 놀려댈떄까지만 해도 이것들이 장난하나 정도에 그치고 말았었지만 물대포를 쏘고 소화기 분말을 뿌려대고 아둥바둥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는 가운데 마치 너넨 시끄러워 이거나 먹어 따위의 분위기를 내뿜는 굵은 물줄기를 쏟아붓는 광경을 보고 나서는 정말로 형언할 수 없는 아픔이 느껴졌다. 분명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과격분자도 있을 것이고 폭력을 유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러니까 내가 저저번주에 가서 확인했던 대다수의 가족 단위의 사람들은 내 주위에 있는 그들 주위에 있는 사람이고 친구고 국민이었다.

 

경향신문 1면에서는 이 시위가 6월 항쟁의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꽤 과격한 논조로 현재 정부의 대응을 비난했다. 고개를 크게 주억거릴 만큼 기사의 전체가 내 동의를 이끌어낸 건 아니었지만 내가, 내 친구들이 촛불을 들고 광화문으로 모인 것에 당신들은 너무나 안일하게 너희들 그 쯤하다 그만두겠지 따위의 정말 그 따위로 밖에 우습게 생각하고 있다는 사정설명에 대해서는 감화할 수 밖에 없었다.

 

요새는 광화문에 구경갈 엄두도 내지 않았던 나를 반성했다. 구호를 외치고 촛불을 드는 것만이 참여가 아니라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 사태가 정말로 엄청나게 잘못된 것을 인지하고 그들이 현장에서 어떤 표정과 어떤 자세로 싸우고 있는지 우선 몸으로 느끼는 것의 참여라도 다시금 해야겠다고 반성했다.

 

그런데 점입가경이라는 것은 통합민주당이라는 그지같은 단체에서 이 불같은 상황을 통해 정치적 이득을 챙기기 위해 내각총사퇴를 운운하며 광화문에 모인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들과 전혀 다른 논점을 들고 일어났다는 거다. 내 끓는 피가 어제 모의고사덕분에 잠들었었고 오늘은 다시 끓어 저녁 때의 나는 광화문에 있을 예정이다.

by 물고기 | 2008/06/01 09:11 |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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